여우는 이틀 뒤에 언제나와 같은 다정한 미소를 띄우고 지훈을 찾아왔다. 손에는 장미꽃 한송이를 들었다. 꿈속에서 봤던 붉은 장미가 아닌 분홍빛의 장미였다. 지훈은 그 분홍색 장미를 바로 받아들지 못했다. 장미의 선명한 분홍색이 골목을 가득 채운 분홍 조명을 떠올렸고, 여우를 만나기 전 명함을 돌리던 제 분홍색 옷차림을 떠올렸다. 지훈은 분홍색이 강렬한 빨강...
길을 잃었다. 흔히 쓰는 관념적 혹인 비유적 어구로서의 길을 잃은 것이 아닌, 물리적으로 정말 길을 잃었다. 과연 이곳은 어디인가. 나는 어째서 이곳에 서있는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이라곤 빨간 장미가 가득 피어있는 장미정원. 그리고 그 장미 정원 안에 서있는 장미가 너무 잘 어울리는 조금 어린듯한 인상의 소년. 잿빛이 섞인 갈색머리는 소년...
노란 할로겐등이 끝나고 하얀 LED가로등이 종현의 집을 향하는 길을 밝혔다. 이미 어두워진 하늘 밑의 골목길이 밝았다. 약간의 오르막길 끝에 놓인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래쪽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무언가 살것이 있어 들어갔던건 아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저녁시간이 미묘하게 지나버려 대충 요기거리를 사려했다. 빵을 먹을까 삼각김밥을 먹을까 싶어 기웃...
그는 나를 사고 나에게 남자를 가르치면서 그랬다. “넌, 순진하게 생긴 얼굴로 야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 넌 지금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남자를 후리고 다녔을거야. 너의 얼굴을 보면, 쾌락에 달뜬 그 얼굴을 보면 아마 넘어가지 않는 남자는 없을거야. 아마 평범하게 헤태로라고 믿던 사람도 너가 꼬시면 니 앞에서 다리를 벌리겠지. 그러니 넌 나에게 감사해야해....
"너, 요즘 나한테 너무 차가워." "응? 무슨 소리야?" "아니,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 그런데. 미묘하게 거리를 둔다고 해야하나. 차갑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그래." 종현이 보던 만화책을 내려놓더니 날 빤히 보며 말했다. 까만 눈동자에 가득 불만을 담았다. 예민하다. 스토커 건에서도 알았지만 종현이는 타인에게 예민하다. 종현이게 대하는 태도가 완벽하게 ...
답답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그렇게 잠이 들었는지 내가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동호와 통화한 시간으로 부터 3시간이 지나있었다. 커튼을 열어보니 완연한 밤이었다. 문이 닫혀 있어서 인지 공기가 나빴다. 땀도 흘려 몸도 찝찝했다. 환기도 시키고 몸도 씻고 싶었다. 아니 공기 중에 눈을 뜨기 전까지 꾸었던 악몽이 녹아든 것 같아 다...
#1 요즘은 비가 좀 왔다 싶으면 관린이가 내려와있는다. 예전처럼 집 한가운데 앉아 날 노려보고 있지는 않지만 불편한건 불편한거다. 자욱한 습기는 말할 것도 없고, 경계를 띄우고 보는 눈빛이 껄끄럽기도 하다. 선호가 원해서, 혹은 내가 원해서 선호가 여기 있는게 아님을 저도 알텐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걸까. "이해해. 선호가 유일한 형제라서 그래." ...
나에게 있어 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곰팡이 냄새가 가득했던 그 단칸방이 마지막 기억이다. 적어도 집이 내 몸을 늬울수 있는 공간적이 조건이 아닌 마음이 편안하고, 정신이 쉴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에서는. 반지하에 단칸방이라 곰팡이 냄새가 나고, 담배냄새에 무언가 환기되지 않은 퀴퀴한 냄새가 가득했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 곳이 내 집이었음을. 이후에 있었...
http://posty.pe/7qjd8w Han_A님께서 제 요정이야기 기반으로 판윙을 쓰셨어요! ㅎㅎ 저보다 훨씬 잘쓰셔서 질투 날 정도예요 ㅎㅎ 이렇게 세상엔 존잘님이 너무 많이 계시네요 다들 읽어주세요 >_<
아침이 밝았다. 아니, 어두웠다. 분명히 오늘 날씨가 맑을거라 했는데 하늘에 잔뜩 구름이 끼여있었다. 짐을 챙기는데 3개월이면 한 계절을 온전히 보내는 거라 동호가 옷 제대로 챙기라며 잔소리 했지만 그다지 옷에 관심이 없는터라 제법 큼지막한 백팩에 대충 넣었다. 다만 나를 포토그래퍼로 만들어줄 사진기만은 곱게 가방에 챙겨넣었다. 주로 인물 사진을, 종현을 ...
내 이름은 이대휘. 난 내가 생각해도 좀 잘났다. 색기를 머금은 얇은 짝눈하며, 오똑한 콧대, 말려올라간 입매, 그리고 왠만한 여자 아이돌 보다 얇은 허리와 선이 아름다운 직각어깨를 가지고 있으며, 타고난 애교에 누가봐도 동의할만한 센스까지. 그야말로 난 모든 것을 가진 꽃이다. 그런 내가 어딜가나 여왕님 혹은 공주님이 되는 건 당연한 것이며 모두, 그러니...
그날 이후로 종현의 외출이 미묘하게 잦았다. 하루는 인터뷰, 하루는 화보, 어쩔때는 다음 작품을 위한 사전 미팅. 이것이 의뢰인이 만들어내는 스케쥴이라면 의뢰인은 아마 종현의 회사 사람일 것이다. 무엇때문에 종현의 약점을 찾으려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약점으로 무엇을 하려하는 건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궁금해 해서는 안된다. 난 그저 사진찍어 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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