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을 채우는 햇살에 눈을 떠보니 몸이 개운했다. 언제 아팠었냐는 듯 기운도 상쾌했다. 그리고 방안엔 민현 외엔 아무도 없었다. 종현이 옆에 있었던 것이 아픔에 들떠 본 환상이었나 싶을때쯤 민현은 침대옆에 가지런히 게어진 종현의 집에 두고온 제 옷가지와 자신의 핸드폰을 보았다. 그제야 종현이 환상이나 꿈은 아닌줄 알았다. 핸드폰을 보니 종현의 집에 간 날로...
다니엘은 얼굴값하는 남자였다.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으며 성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언제나 정사가 끝나고 나면 감정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침대위에 늘어진 여자의 번진화장이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다신 보고 싶지 않아 부득이 원나잇을 즐겼다. 하지만 제품에 안긴 성우는 달랐다. 울어 붉어진 눈가도 제품에 안겨 흐트러진 머리카락도 너무나 사...
열에 들떠 겨우 들었던 잠을 깨고나니 민현은 겨우 살만해졌다. 적어도 그전처럼 죽지는 않겠다 싶었다. 창밖은 여전히 비가오는지 어둑하여 지금이 몇시인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디있는지 겨우 움직이는 머리를 쥐어짜니 종현의 집에 두고 온것이 기억이났다. 기분이 다시 가라앉았다. 침대에 넋 놓은채 가만히 누워있...
다니엘이 호텔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성우는 소리를 질렀다. "씨발, 강다니엘. 너가 그렇게 잘났어? 내가 더럽냐? 게이 처음봐? 그렇게 소름끼치게 싫어? 방은 왜 들어와? 잘난 강다니엘 혼자 나가서 자면되지. 왜 이렇게 더러운 나랑 잘려고 들어와? 씨발새끼야. 아무리 게이가 싫고 니가 호모포비아라도 서로 처음보는 사이에 예의좀 챙겨야 하는거 아니냐? 어제는 어...
호텔로 향하는 내내 다니엘은 말이 없었다. 공항에서부터 호텔까지 오는 동안 머라이언 석상에서부터 클락키의 펍으로 오는 동안 다니엘은 성우가 듣던말던 관계없이 계속 종알거렸다. 별다를게 없는 것에 놀라고 초등학생들이 하는 첨삭지도 학습지처럼 보는 하나하나에 다 한마디씩했다. 하지만 펍에서부터 다니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닫고 정면만 바라보며 걷고...
꿈을 꿨다. 꿈 속은 언제나 장마이다. 퍼붓는 비속에 첫사랑인 그 아이가 서있다. 그리고 내가 고백을 한다. "사랑해." 아이의 표정이 굳는다. 뒷걸음질 치다 이내 비속으로 도망쳐 사라진다. 나는 그자리에 버려져 서있다. 아무도 듣지못할 고백을 고장난 라디오처럼 되풀이 한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것이 얼굴 가득 흐른다. 주저...
어이 없는 성우의 행각에 얼이 빠져있는 다니엘이 멈춰있자 저만침 가던 성우가 휙 뒤돌아보며 새침하게 안가냐 물었다. 그에 또 더듬더듬 가요 하며 따라나서는 자신의 모습에 다니엘은 방금전까지 들떠있던 자신을 패주고만 싶었다. 모은 돈을 엄마에게 턱 내놓고 학비에 보태라고 했으면 아마 엄마가 어화둥둥 아껴주실건데 도대체 그 북극곰이 뭔지 싶었다. 그러다 이내 ...
민현은 가라앉는 마음을 애써 추스렸다. 종현이 자신의 밑바닥을 내려다 보고 자신의 것은 내보이지 않음이 화가났다. 종현이 내 놓으라 말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방적으로 빼앗긴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는 자신을 잃는 것을 막고 싶었다. 종현을 상처입히고 싶었다. 방금까지 울지 말라고 달래준 것과는 다르게 저로 인해 우는 것이 보고 싶었다. 자신의 이율배반적인 ...
"다니엘, 이제 그만 날 자유롭게 해주지 않겠니." 다니엘은 지금 이순간 그 무엇보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 이제 7년된 제 연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퇴근 후를 되뇌였다. 제가 무언가 잘못하여 그런가 해서. 오늘이 마감이었던 프로젝트를 끝내고 부서사람들과 회식을 갔더랬다. 2차를 가자는 사람들을 겨우 마다하고 지난 한달간 소홀했던 연인에게 왔다. 집안에...
민현이 죽그릇을 싱크대에 담궜다. 다 먹지 않은 종현의 몫인 죽을 버리며 자신도 같이 버려지는 기분이었다. 종현이 그만 먹는다고 했을때 자신이 마저 먹어버릴껄 그랬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렇게 쓰레기 통에 버려지지 않았을텐데. 그러다 이내 버려진 죽 반사발에 의미를 담고있는 자신이 또 우스웠다. 민현은 종현이만 연관되면 자신의 꼴이 계속 우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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