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가 가져온 종현이의 스케쥴은 그야말로 무에 가까웠다. 드라마가 끝나고 딱히 화보도 인터뷰도 없어 집밖에 나오질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의뢰인이 주었던 3개월은 종현에게도 휴가기간에 가까워 그동안 특별하게 잡혀있는 스케쥴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일의 난이도가 높았다.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피사체를 집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종현이 사는 ...
다음날 약속된 시간에 정확하게 전화벨이 울렸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벨소리라 무슨소리인지 몰랐다가 한참만에 기억해냈다. 의뢰인이 준 대포폰. 전화는 동호가 놔두었던 그대로 테이블 위에서 혼자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직접 의뢰인과 통화하기는 처음이라 손 끝이 떨렸다. 아니, 그 이유 말고는 손 끝이 떨릴리가 없었다. 당연히 저장되지 않은, 알지못하는 번호가 ...
나의 꿈은 언젠가부터 포토그래퍼였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내가 소유를 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가지고 싶은 것을 뷰파인더에 담고 사진을 찍고 인화를 하는 과정동안 난 내가 찍은 피사체를 온전히 소유할수 있었다. 그렇게 인화된 사진은 영원히 내 것이며, 나의 비어버린 마음을 채워주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핸드폰 사진기로 겨우 찍던 사진부터...
이 이야기는 아직 내가 강원도로 내려가기 전 여름의 이야기이다. 오늘도 난 혐생을 살고 더 험난한 집으로 퇴근을 했다. 파란 악마가 기다리고 있는 내 집은 언제나 들어가기 전이 무섭다. 오늘은 과연 어떤 사고를 쳐놨을 것인가. 하지만 창밖에서도 반짝이는 불빛이 보이지 않고 현관문을 열어도 미친듯한 습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바닥에 물기도 없고, 가득 날리던 ...
성운은 자신의 오랜 꿈인 bar를 개업할때 그곳이 게이들의 천국이 될지 몰랐다. 그저 술이 좋았고 사람이 좋아 시작한 일이었다. 자신의 바를 찾는 손님들 중에 한명두명 게이가 늘어나고 결국의 유명한 게이바가 될때도 그저 괜찮았다. 원래 그런데 딱히 편견 같은 것도 없었고, 사실 술을 팔아 돈을 버는 입장에서 자신에게 돈을 주는 손님이 게이면 어떠냐 싶기도 ...
좁은 휴게실은 목욕탕이나 헬스장에서 봤던 나무 사물함이 놓여있는 벽면과 낡은 쇼파와 낮은 테이블로 채워져있다. 특별할것 없는 방이다. 천장에서 밝게 빛나는 형광등과는 상반되게 어두운 표정의 남자 둘이 서로를 채 바라보지도 못하고 쇼파에 앉아있었다. 정확하게는 성우는 다니엘을 보지 않았고, 다니엘은 성우를 볼수 없었다. 둘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무의미한...
다니엘은 지금 그야말로 멘탈붕괴 직전이었다. 적어도 저를 무시할때까지만 해도 성우는 저를 신경쓰고 있었다. 굳이 말 걸지 않고 다니엘이 주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모르는 척하고 퇴근도 잘 하지 않는 모습을 다니엘에게 보이는 동안은 성우의 머리속에도 다니엘이 있었다. 그것이 분노든 짜증이든. 하지만 그 날 이후 성우는 평소와 같아졌다. 다니엘에게 일상대화를 했...
사람이 없는 집은 춥다. 특유의 서늘한 한기가 있었다. 이건 날씨가 춥고 덥고와는 관계없이 그저 비어있는 공간 특유의 서늘함이었다. 생기라고는 없는 공간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 특별히 추운날도아니지만 바닥에 닿는 발 끝에서부터 공기가 닿는 피부표면, 그리고 얇고 가느다란 목덜미가 유난히 시리다. 최근 지훈은 관린이 없는 관린의 집으로 퇴근하고 자고 출근을 ...
전면창으로 이루어진 유리건물의 밖으로 붉게 노을이 졌다. 길어진 햇살은 사무실 깊숙히 들어와 모니터 위로 내려 앉는다. 잘 보이지 않는 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오늘 하루종일 작성한 엑셀 파일을 점검했다. 수치가 틀리진 않는지, 오타는 없는지. 하나라도 틀린게 있나 확인하고 잊지않고 저장 후 사내 메일함에서 이름을 찾았다. 결제권자 옹성우, 참조 누...
검은 강물이 말간 빛을 내며 흘렀다. 노란 가로등 불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흔들렸다. 흔들리는 불빛처럼 지훈의 마음도 흔들렸다. 물결에따라 이지러진 불빛은 한번은 강다니엘이 한번은 라이관린이 되었다. 도대체 제 마음을 알수 없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강다니엘따위 제가 차버리고 라이관린에게 가겠다 결심했었다. 하지만 오늘 갑자기 먼저 헤어지자는 다니엘의 말에 정...
#8. 요즘 저 장마의 요정이라는 관린이가 집에 계속 산다. 난 결국 제습기를 2개나 샀다. 대휘가 미안한지 가끔 와서 옷도 말려주고 간다. 대휘가 말려주는 옷에는 햇볕냄새가 나서 참 좋긴 하지만, 그냥 저 장마의 요정이 제발 돌아갔으면 좋겠다. 선호보다 습기가 높다. 게다가 저녀석이 우리집에 머물면서 장마도 길어진거 같다. "이제 그만 갈때가 되지 않았니...
다니엘은 서울로 가는 기차안에서 어제 밤 성우와 주고 받은 메세지를 다시 읽었다. -다니엘, 내일 몇시 기차야? 내가 데리러 갈게. -진짜요? 우와, 누가 저 데리러 오는건 처음이예요. -그래? 나에게 고개 숙여 감사해야겠네. -네네, 감사해요 고마워요 제가 저녁살게요. 부산에서 5시 기차니까 서울엔 8시 조금 안되서 도착할거얘요. -그래? 그럼 그때 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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